그것이 알고싶다 1275회 오창여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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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충북 청주 시내의 성안길 사거리. 무더운 더위에도 불구하고 청주 성안길에서 한 중년 남성의 애절한 목소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어 기울이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5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입니다.


청주 오창읍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두 여중생의 사건입니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두 여중생 중 한 명인 故 이미소(가명) 학생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딸이 사망한 지 100일 만에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전했습니다. 올해 1월 의붓딸의 친구를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계부 하 씨(가명)입니다. 계부 하 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친구가 바로 미소 양이었고 이후 경찰 조사에 따르면, 하 씨는 의붓딸에게도 여러 차례 성적 학대를 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또래 10대들처럼 우정을 나누던 두 여중생이 하 씨의 범행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이소식이 세상에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이후 진행된 첫 공판에서 하 씨는 성폭행에 대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 주장의 근거로 의붓딸 아름이(가명)가 남긴 유서를 제시했다.

제작진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아름 양의 유서 내용 중 일부를 어렵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과 자신의 친구를 성폭행한 혐의가 있는 계부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하기엔 다소 의아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조차 믿지 못할 정도로, 모순들이 보이는 의붓딸 아름 양의 유서. 아름 양은 어떤 마음으로 유서를 남긴 것일까. 가해자 하 씨를 두고 다른 말을 하는 두 개의 유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아직 어둠 속에 남아 있는 여중생 사망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 맞을까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머니는 중학생 딸 이미소 양과 항상 같이 나와서 학교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출근을 했었습니다. 후에 학교에 도착하면 도착했는지 인증숏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어머니에게 친구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고 미소 양의 SNS가 이상하다고 확인해보라고 합니다. SNS에는 '내 마지막은 미소'라는 의미심장한 글이 써져있었고 어머니는 미소 양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고
딸의 행방은 병원에서 발견하게 되었고 추락으로 인한 다발성 골절 및 장기 손상으로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더 충격적인 내용은 추락한 미소 양 말고 초등학교 동창 한아름 양과 같이 추락을 했다는 것입니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이 어린 여중생 두 명이 함께 사망하게 되었을까요?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는 지난겨울로 되돌아가 봐야 합니다.

 

아름 양이 아버지가 일 때문에 집을 비웠으니까 미소 양에게 같이 자자고 연락을 했습니다. 미소 양은 어머니를 설득시켜 아름 양 집에 가서 같이 잘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일 때문에 집에 안 올 줄 알았던 아름 양의 계부가 예상치 못하게 돌아왔고 계부는 어른이 있으니까 술을 마셔도 된다며 술을 사 와 먹였다고 합니다.


술에 취한 미소 양과 아름 양은 곧바로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잤는데 다음날 새벽 무렵 난생처음 느껴보는 불쾌감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속상할까 봐 미소 양은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 사실을 말했고 부모님은 계부를 고소하게 됩니다. 경찰은 사건을 수사하다가 계부 하 씨가 의붓딸 아름 양에게도 성폭행을 했다는 정황을 발견하게 되었고 제작진은 하 씨의 변호인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하 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합니다.

 


부모님은 미소 양의 믿기지 않는 죽음으로 방을 치우지 못하고 있다가 취재를 하면서 방을 조금씩 치우다가 유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유서에는 "효도를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고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 그만 아프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어서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가족들 사랑한다"라는 내용이 써져있었습니다.
미소 양이 성폭행을 당하고 18일 뒤 진술을 했는데 그날의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름 양과 맥주를 호기심에 조금 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하 씨가 "술 먹었냐. 술 더 먹을래?"라고 했고 양주랑 소주를 섞은 폭탄주를 주었다고 한다. 미소 양은 성폭행을 당하고 바로 친구 최은영 양에게 연락을 했다.


옆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고 있는 아름 양, 문밖에는 가해자가 있는 상황. 미소 양은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정오가 지나서야 데리고 온 어머니를 통해 벗어날 수 있었다. 미소 양에게 엄마한테 한참 후에 말을 한 이유를 물었는데 미소 양은 수치스럽고 술을 마셔 벌어진 일이라며 스스로를 탓했다.


계부 하 씨는 미소 양에게만 술을 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름 양의 친구인 지율 양에게도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술을 먹이려고 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지율 양은 냄새가 이상해서 마시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하 씨가 이렇게 의도적으로 아이들에게 금기되어 있는 술과 담배를 권하는 행동은 성적 길들이기를 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름 양의 SNS에는 수차례 하 씨가 아름 양의 친구들과 술을 마시려는 정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소 양은 하 씨와 단둘이 술을 종종 마시는 아름 양이 걱정이 되었고 실제로 진술을 확인해보니 아름 양도 하 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또한 하 씨는 어떤 사람인지 주변 인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직장동료들은 항상 뭐 있으면 딸을 챙겨주려고 했고 다정다감한 아버지였다고 하여 더욱 충격을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하 씨는 성 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약이 없으면 성관계를 가지지 못하는데 약을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는 확인이 불가했다.

아름 양은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가 다음 날 꿈을 꾼 것 같다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을 바꿉니다. 아름 양의 유서에는 "아버지는 딸바보다. 무죄이다"라고 써져있었습니다. 사망한 피해자의 다른 진술과 살아있는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작진은 아름 양의 이복 언니였던 한선주 씨를 만나게 됩니다. 아름 양이 한선주 씨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이생에 미련이 없다"라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한선주 씨는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는데 아름 양은 "내가 성폭행 비슷한 걸 당했어, 그러면 언니한테 그 얘기 해줄 수 있어?"라고 말한 뒤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선주 씨는 누가 그랬냐고 물어봤는데 그것도 대답하지 않고 울면서 짜증을 내서 더 이상 물어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친모 천 씨에게 아름 양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천 씨는 성폭행으로 경찰 조사가 이루어지던 하 씨 때문이 아닌 아름 양이 우울증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름 양이 하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안 사람이 있습니다. 친구 박준영 군입니다. 박준영 군도 아름 양의 집에 놀러 갔는데 역시나 하 씨가 술을 주었다고 합니다. 취한 아름 양이 준영 군을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하 씨가 부리나케 와서 취한 아름 양을 집으로 데려가는 모습을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름 양에게 하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름 양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는데 하 씨가 파스를 붙여 앞을 못 보게 하고 손과 발을 결박시켜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 아름 양은 상담 도중 담당 의사에게 꿈을 꾸면서도 냄새가 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은 나름의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꿈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도 아름 양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한 것을 보아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소 양과 아름 양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그것이 그것이지?'라는 식의 이야기를 나눈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매한 대화 속에서 서로는 무슨 일을 당했는지 짐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아름 양의 친모였던 천 씨는 참혹한 일이 벌어질 동안 무엇을 하고 돌아다녔을까. 천 씨는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아름 양을 하 씨와 단둘이 방치했습니다. 하 씨와 천 씨는 술집에서 처음 만났는데 대뜸 아이가 생겼다며 하 씨와 천 씨는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름 양이 네 살이 되었을 때 집으로 데려왔는데 천 씨가 도박을 하려고 네 살인 아름 양을 방치해두었다고 합니다.


아름 양을 맡겨놓고 수시로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이복 언니들은 아름 양이 방임학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자체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 확인 결과 말 못 하는 신생아, 장애인들은 임의로 분리시킬 수 있지만 인권을 갖고 있는 아동들이 동의를 하지 못하면 분리를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대한민국 법이 또 한 건합니다. 친족 성폭행에 의해서는 아동이 당연히 판단 능력을 상실했을 것이 확실한데 모가 친권이 있어서 모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근데 이제껏 딸을 방치한 친모가 동의를 해줄까요. 허점 투성이인 법입니다. 그리고 피해자는 사망한 상태여서 사망하기 전의 한 말들만으로 수사를 진행하는데 하 씨의 범죄를 입증할만한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하 씨는 무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름 양은 살아생전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친부의 곁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고 의지할 곳 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못한 모든 어른들의 잘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 6월 15일 친모 천 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송치가 되었고 성범죄자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높은 수준이 나와 출소하더라도 성범죄를 또 일으킬 위험성이 있는 하 씨는 엄중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는 내내 화가나고 치가 떨리는 사건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직 해결조차 되지 않고 오히려 의심만 사는 상황이라고 하니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하루빨리 사건이 해결되어 범인도 검거하여 죗값을 치르게 하고 억울한 누명을 벗어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없도록, 일어나지 않도록 주변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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